알람 없는 아침은 익숙해진 지 오래
햇살은 나만 비껴가는 것 같아
어제와 같은 옷, 목적지 없는 화면 속
남들은 저만치 앞서가는데
나만 멈춰 선 이 무거운 이불 아래
오늘을 시작할 용기가 부족해
"요즘 뭐 하니" 짧은 안부에도
가슴 한구석은 덜컥 내려앉고
대답 대신 지은 어색한 미소가
거울 속에서 나를 비웃는 것 같아
온통 회색빛인 나, 흰색도 검은색도 될 수 없는 곳에
열정도 희망도 다 바래버린 채로
누구에게도 섞이지 못하고 덩그러니
굳어버린 수채화 물감 같은 시간들
잠시 쉬어가는 거라 말하고 싶지만
사실은 길을 잃은 건 아닐까 겁이 나
자소서의 빈칸은 공백보다 길게 느껴져
세상은 쉼 없이 잘도 돌아가는데
나라는 부품은 어디서 고장이 난 걸까
하고 싶은 일은 참 많았었는데
어느새 낯설어진 내 이름 석 자
온통 회색빛인 나, 흰색도 검은색도 될 수 없는 곳에
열정도 희망도 다 바래버린 채로
누구에게도 섞이지 못하고 덩그러니
굳어버린 수채화 물감 같은 시간들
잠시 쉬어가는 거라 말하고 싶지만
사실은 길을 잃은 건 아닐까 겁이 나
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
가장 치열하게 나를 견디는 중이야
이 안개가 걷히면
나도 내 색을 찾을 수 있을까
괜찮아, 조금 흐려도
비어있는 캔버스여도
오늘을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해
나의 회색이 단단한 밑색이 되기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