술이 싫다
네가 생각나게 하는 그게 싫다
너는 잊었겠지만
한잔 두잔 털어넣고서 삼키고나면
어제 일처럼 속을 할퀴는 쓰라린 말들이
나는 싫다
그런데도 술을 찾는 내가 싫다
너는 모르겠지만
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
구제불능인 나를 떠난 건 참 잘한 일이다
우리는 차라리 먼 발치에서
서로를 훔쳐보던 때처럼
사랑 그냥 꿈으로 놔둘 걸 그랬지
술이 싫다
그게 마주 보게 하는 내가 싫다
내 맘 깊은 곳에서
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며
헛된 용기로 전활 들게 할
주정뱅이 바보가 난 싫다
술을 찾다
웅크렸던 고갤 들어 너를 찾다
금세 울먹이다가
바닥을 알 수 없이 꺼져내린 어둠에
흐려져가는 너를 그리며 두 눈을 감는다
우리는 적잖이 아름다웠고
어쩌면 영원할 것 같았지
사랑 푸른 꿈에서 깨어날 줄 몰랐지
술이 싫다
그게 마주 보게 하는 내가 싫다
마치 없던 일처럼
아직도 너를 붙잡을 수 있을 거라며
헛된 욕심에 전활 들게 할
주정뱅이 바보가 난 싫다
기억을 타고 흘러내려
차디찬 눈물방울로 떨어진
술이 싫다
술이 싫다